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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종대로 209'는 어디?.. 서울역서 2090m 가서 왼쪽 건물
등록일 2016-03-22 조회 8997
작성자 관리자 출처 -

아직 정착하는 단계.. 지번 쓰는 국민 여전히 많아

물류 등 비용 절약에 필수적.. 왕복 8차로 이상은 '대로' 표기

규칙 알면 쉬워요.. 건물은 왼쪽 홀수, 오른쪽 짝수 

긴급상황에도 효과적.. 119대원 위치 쉽게 찾아 안심

도로명 이름 카페 단골 급증


정부서울청사의 주소는 '세종대로 209'다. 얼핏 보면 암호처럼 보이는 이 주소를 갖고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서울역에서 서울청사를 찾을 수 있을까. 도로명주소의 활용법을 알면 위치를 간단히 찾을 수 있다. 이 주소는 세종대로 시작점인 서울역에서 2090m, 왼쪽 건물이라는 뜻이다. 통상 주소에 '대로'가 붙으면 도로의 폭이 40m 이상이거나 왕복 8차로 이상 도로를 말한다. 왼쪽 건물은 홀수, 오른쪽 건물은 짝수로 표기되고 건물에서 건물까지 거리는 10m다. 즉 세종대로 시작점에서 정부서울청사까지는 209×10m를 곱하면 2090m에 홀수이므로 왼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도로명주소는 2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의 생활 풍경을 어떻게 변모시켰을까. 수십년간 써온 '지번 번호'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의식구조는 달라진 주소체계에 때로는 완강히 거부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를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추세로 또 바람직한 변화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아직은 낯설고 익숙지 않지만 차츰 친숙한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도로명주소 시행 2주년을 맞아 도로명주소에 따른 생활의 변화와 문제점, 앞으로의 과제 등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도로명주소 활용 81.7%, 정착은 아직…


행정자치부가 도로명주소의 활용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기 전인 2013년 2월에는 24.4%에 불과했던 주소 활용률이 전면시행한 2014년 12월에는 70%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 수치가 81.7%로 치솟았다.


물론 이런 수치로 도로명주소가 안착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아직도 국민 다수는 무의적으로 기존 지번번호를 쓰고 있고, 이를 활용하는 민간기업에서도 지번번호를 도로명주소와 겹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도로명주소는 외형적으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행정환경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통상 '땅'의 위치로 주소를 부여받는 지번체계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행정환경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행정환경의 변화와 국제적 추세에 맞는 새로운 주소체계 수립은 이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추제다.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4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백경진씨. 백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2014년 카페를 개업했다. 백씨는 카페를 개업하기 전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카페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해 '동인동꿀다방'이라고 정하고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가 카페 위치가 '국채보상로 735'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로 시행된 도로명주소였다. 백씨는 735의 숫자가 주는 이상하고 세련된 느낌에 아예 카페 이름을 'cafe 735'로 바꿨다. 이름을 바꾼 탓인지 이름이 신기하다며 카페 단골손님이 늘어났다. 도대체 카페 이름이 무슨 뜻이냐고. 그렇게 카페 단골손님이 늘고 어렵게 보였던 도로명주소까지 잘 이해하게 되면서 도로명주소로 카페 운영에 도움을 받았다고 백씨는 털어놨다. 자연히 손님들도 카페 위치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도로명주소를 홍보하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카페, 도로명주소로 바꾸니 단골 증가


강원도에서 119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함덕권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위독해 보이는 할머니가 전화로 구조요청을 하다가 그만 주소를 전달하지 못한 채 통화가 끊겼다. 다행히 신고위치가 확인돼 신속하게 출동,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찾아들어가 할머니와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함씨는 도로명주소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함씨는 도로명표지판부터 안쪽으로 건물번호를 순서대로 따라 들어가서 어렵지 않게 할머니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도로명주소의 효과다. 종전 지번주소로 돼 있었다면 빠른 시간에 집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도로명주소가 '○○길 5-16'이어서 홀수는 왼쪽이고 짝수는 오른쪽이라는 사실을 기억, 왼쪽열인 5는 1→3→5 순서대로 5번 건물을 찾았고 이번에는 16이 짝수이므로 골목을 따라 오른쪽 12→14→16의 순서대로 진행해 원하는 주소를 빠른 시간 안에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고 이 같은 응급상황이나 뜻하지 않게 사업의 성공까지 덤으로 얻게 되는 다양한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로명주소가 시행되기 전 부정적 평가를 보였던 시민들도 이제는 새 주소체계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로명판 설치는 총 58만개, 앞으로 2배까지 확대된다. 현재는 도로명판이 주소 도로시작과 끝지점에 설치돼 있지만 앞으로는 길찾기 어려운 곳, 신설도로, 이면도로, 종속구간 등 지속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설치해 나간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도로명주소는 우리나라 행정환경의 변화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위치 찾기의 선진화'라고 명명할 수 있는 도로명주소는 선진 행정체계의 필수적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땅 주소로 대변되는 지번주소는 주소 순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주소만 갖고는 위치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힘든 구조다. 여기서 발생하는 행정비용과 시간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 생활에 많은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1번지 옆에 2번지가 아닌 60번지가 위치해 있는가 하면 하나의 지번에 여러 개의 건물이 존재하는 등 그동안 도시화에 따른 난개발로 순차성이 훼손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치 찾기가 매우 어렵고 응급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곤란해지면서 사회적 비용 및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북촌로1길 32번에 표시된 도로명주소. 북촌로1길 종점에 설치된 이 도로명판은 오른쪽 길인 북촌로1길 1번까지의 도로명주소를 안내하고 있다. 


■행정욕구 급증, 지번번호로는 역부족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행정환경은 인구 약 2배, 우편물량 약 8배, 자동차 350배, 외국인 방문객수 520배 등 외형적으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환경 변화에 맞춰 주소제도와 구역제도, 우편번호 등 기초 행정인프라를 선진화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시민들의 행정편의를 높일 필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한 해 2000만명이 넘고 거주하는 외국인도 100만명이 넘는 실정에서 지번주소로는 포화상태인 행정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도로명주소가 필요한 이유는 도로와 건물의 위치가 예측가능하다는 점이다. 도로명주소는 쉽게 말해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건물에는 건물번호를 붙여 표기하는 방법이다. 도로명과 건물번호만 있으면 찾고자 하는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위급상황뿐 아니라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어 선진형 주소로 평가받고 있다.


가령 건물번호는 20m 간격으로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번호가 주어져 있고 길 번호 또한 시작점인 기점부터 '좌홀 우짝' 원칙으로 순차적으로 부여돼 있어 한쪽만 보면서 길을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등의 활용 증대로 지번주소로도 길 찾기가 쉬워졌고 따라서 굳이 도로명주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행정낭비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도 이런 지적을 낳는다. 도로명주소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위한 주소 검색에서 도로명주소로 검색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소를 많이 사용하는 택배와 홈쇼핑 등 기업에서는 아직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를 혼합해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명료하다. 주소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이 없는 국민도 주소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보행자와 퀵서비스, 음식배달 등 내비게이션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위치를 찾기가 쉬운 주소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있는데 굳이 왜 도로명을?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찾고자 하는 주변까지만 안내하지만 도로명주소는 대문 앞까지 안내하거나 길이 있는데도 경로 안내가 없던 것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정보기기를 사용한다 해도 이동 중에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길을 잃은 어린이가 부모에게 길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말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도로명주소를 활용하면 길가에 붙어 있는 건물번호판을 통해 '사직로 123번 건물 앞'과 같이 위치를 정확히 말할 수 있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도로명주소는 위치기반서비스 등 기존 산업의 발전과 전자지도를 이용한 상권분석 등 다양한 신산업의 창출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응급·재난·범죄 등 주소와 밀접한 각종 서비스에도 도로명주소 정보가 보다 다양하게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경찰순찰차를 범죄현장에 배치하는 112범죄정보시스템의 경우 새로 신축된 건물의 현황과 해당 건물까지 이동하는 도로 현황이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도로명주소 정보를 통해 범죄 발생 지점과 이동경로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도로명주소 도입과 함께 국민들의 길찾기 행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도로명주소가 정착되면 '○○병원 앞에서 봐' 대신 '○○로 ○○번 앞에서 만나자'라는 식으로 도로명이 국민들의 위치찾기 생활습관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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