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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길마다 이름을 붙이듯이
등록일 2016-08-24 조회 8695

길마다 이름을 붙이듯이    

 

2014년부터 도로명 주소 표기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법원 재판서의 당사자 표시 부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이 발달한 시대에 굳이 지번 주소를 폐기할 필요가 없어졌고 새 주소는 생소하다 보니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재판서를 작성하다 보면 지역특성을 반영한 개성 있는 도로명을 발견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제도변화를 기회삼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지역의 전통과 관련한 도로명을 만들어 주민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필자는 모든 길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의 의미에 주목한다. 오늘날 길은 고속도로에서부터 동네 골목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인연처럼 서로 엮어져 생활흐름의 중심이 되었는데도, 큰 도로를 제외하고는 그저 '어느 건물의 앞길'처럼 

이름 없는 존재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작은 길 하나하나까지 어엿한 이름이 생겼으니, 길은 우리의 동선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호흡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이름이라는 것은 그 대상의 정체성이면서도 새롭게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원천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이름은 어떠한가.

어르신들은 좋다는 작명법칙에 터 잡아 심사숙고하여 자손의 이름을 지어 주시지만, 정작 좋은 기운이 많이 필요한 사회생활을

할 때쯤부터 이름은 사라지고 성씨와 직책을 결합한 호칭으로 대부분 불리어진다. '어느 건물의 앞길'처럼 우리도 어느 집안, 

직장에 속한 구성원의 의미로써만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직문화 관행상 쉽게 바뀔 수 없다는 점은 받아들이면서 대신 재미있는 상상을 하나 해 본다. 유명 학원 강사들이 자신의 강의에

브랜드명을 붙이는 것처럼, 법원도 비공식적으로라도 재판부만의 닉네임을 만들면 어떨까. 사람은 스스로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기를 두려워한다. 남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이름을 붙이고 그 가치를 자신이 

만들며 함량을 채워나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최성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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